(죽어가는 공길을 보며) 안돼, 안돼. 이(爾), 이(爾). 길아, 저 어둠 뒤에 무엇이 있길래 니가 가느냐?
이제 아무도 없구나. 이제 너도 나도 없구나.
이것이 끝이구나. 이것이 그렇게도 바라하던 끝이구나. (죽은 공길에게 연산은 자기 용포를 벗어 덮어 준다.)
(사이. 문이 열리면서 반정군들이 들이닥친다. 반정군의 무리들, 연산에게 한발 한발 다가온다. 연산은 웃는다)
인생 한바탕 꿈! 그 꿈이 왜 이리 아프기만 한 것이냐? 자, 반겨줄 이 이제 아무도 없으니
나를 빨리 저 어둠 속으로 데려가다오.
탕진과 소진만이 나였으니 나를 어서.
한때 깜빡였던 불길이로. 바람 앞에 촛불이로.
다 탄 불길이로. 연기같이 사라질 불꽃이로. 다 탔구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