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게 아냐?
(개똥이, 방에서 나오다가 유자나무 집 딸을 발견하고 싸들고 나온 보따리를 얼른 감춘다. 그리고 피해선다)
걱정 말아. 인제 난 네게 따라가겠단 소리 안해. 자아, 이거. (종이에 싼 것을 개똥이 앞에 내놓는다)
(발길을 돌리며) 이따가 펴 보아. 노자에 보태 쓰라구. 내가 서울에 있을 적에 나를 천사라면서 미쳐 다니던 신사를 만났거. 저 신작로에서 아까 그 사람이 내게 주었어, 옷 해 입으라고.
우리한텐 큰 돈이지만 그런 작자한텐 하루 아침 해장값도 안되는 거야. 어찌 되었든 내가 네게 주는 거야.
(외롭게) 편지나 자주 해라. 난 짐승만도 못해. 서울에 있을 때의 일이야. 내가 팔려 간 데가 하도 지긋지긋해서 난 어떤 부잣집의 더부살이로 뛰어들어 간 적이 있었지. 그 집에선 개를 쳤어. 그 개는 밤낮 놀면서도 하루 세끼씩 고깃국을 먹고 귀염을 받았지만, 난 죽어라고 일을 해주고도 세끼의 밥을 얻어 먹기에 주인의 눈치를 봐야 했어.
난 이렇게 개만도 못했어. 난 남을 원망 안해. 동리사람이 날 업신여기는 것두 난 당연하다구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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