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독백] 잘자요 엄마 - 제시
-
창액터스쿨 조회수:860 210.96.101.203
- 2017-03-03 13:38:31
싫다니까, 엄마! 더 이상의 얘기 따윈 필요없어. 소용없는 짓이야. 싫어, 엄마.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전부야. 이제까지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야. 싫다고. 오빠와 올케언니, 중공, 간질병, 릭키, 쎄실, 그리고 엄마. 그리고 나, 그리고 희망, 다 싫단 말이야! 날 좀 편히 가게 해줘 엄마. (사이)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거지. 어쩌다 우연히 내 어릴적 사진을 보게 되었어. 근데 그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 병치레도 모르구 외로움도 모르는 발그레한 볼이 아주 오동통한 다른 사람이었어. 배가 고플 때 비하구 울리만 하면 배가 채워지구,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쥐구 흔들어두 누구 하나 다치는 일이 없구, 자구 싶을 땐 눈을 감기만 하면 스르르 잠에 빠져드는 다른 아기 였다구. 온 종일 바닥에 누워 머리 위로 흔들거리는 오색 리본을 보며 까르륵거리고 물방울 무늬 고래 모빌을 마냥 신기해하며 뚫어져라 쳐다보던 다른 아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늘 새로운 장난거리가 기다리고 있구. 이리저리 마음대로 굴러다니며 침대 시트에 침을 묻히구, 살그머니 이불을 여며주는 엄마의 손길을 아련히 느끼던 아기였어. 그게 나의 첫 모습이었던 거야. 결국 이 꼴이 되구 말았지만, 말하자면 그건 지금은 잃어버린 나의... 그래, 무던히도 애써봤지만 결코 두번 다시 찾을 수 없었던 진짜 나였다말야. 평생을 두고 기다려왔지만 끝내 와주지 않은 진짜 내 모습. 그러니까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든, 집안이 쑥대밭이 되든 그건 나한테 별 문제가 아닌거야. 정말 기다려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거였지만 허사였어. 나를... 지금의 나를 어쩌면 달라지게 했을지도 모르는 그 진짜... 내 모습은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단 말야. 그러니 엄마의 말벗이 되어 준다는 것 밖에는 하등 머무를 이유가 없는거야. 하지만... 그것 마저도 결코 충분치가 못한 셈이지. 왜냐하면 난... 그리 훌륭한 말벗두 못되니까, 안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