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글 검색
[남자독백] 길 떠나는 가족 - 이중섭
창액터스쿨 조회수:2600 210.96.101.203
2018-03-06 17:20:39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앰뷸런스의 경적 소리가 들린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중섭을 들것에 태운다.
 
흰 환자복을 입히고 콧구멍에 급식호스를 연결시킨다. 중섭, 나즈막하나 당당하게 그리고 자신에게 선고하듯)
 
너는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놈이다. 네 그림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
 
네 그림이 엉터리, 가짜니까. (비감해지나 보다) 한때 그림으로 일생을 바치러 생각했지. 허나 이젠 알았어.
 
내 그림은 가짜라는 것을, 그래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을. 그걸 제일 먼저 안 것은 내 아내 남덕이지.
 
응, 어머니도 아셨지. 내 그림이 가짜라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내게서 떠나고 말았던 거야.
 
오마니는 원산에서 날 내쫓았지. 남덕아, 이 진실을 넌 발설할 수 없었어. 난 네 심정을 이해해.
 
그걸 이제야 알겠단 말야. 남덕아, 인정하지? 난 밥 먹을 자격이 없다는 거
 
(코에서 호스를 죽 뽑아낸다. 마침 병실로 들어오던 수녀 간호원, 놀라서 멈춰 선다)
 
수녀님, 모두가 세상과 자기를 위해 일하고 있는데 난 그림만 신주처럼 모시고 다니다가 이 꼴이 됐어요.
 
난 인가늬 자격이 없어요. 난 인민의 적이구 춘화작가에 불과해요. 그림은커녕, 예술은 커녕, 밥 먹을 자격도 없는 몸이에요.
 
더 이상 이 호스는 꼽지 말아요.
SNS 공유 Mypage

댓글[0]

열기 닫기

카톡상담